붉은 시편 (1971)

원제 : Red Psalm

감독 : 미쿨로시 얀초

출연 : 안드라스 발린트

출시사(비디오) : 우일.1996.6.3.

상영시간 : 83분

개봉 : 1996년.

1997년에 나온 다큐멘터리 「이스트 사이드 스토리」는 공산권의 감독들도 할리우드 스타일의 화려한 스펙터클을 만들고 싶었지만 한결같이 부자연스럽고 딱딱하고 어색한 작품밖에 만들지 못했다는 가정을 바탕으로 한다. 그러나 미클로스 얀초의 휘황찬란한 혁명 야외극 「붉은 시편」은 대단히 관능적인 공산주의 뮤지컬로 이따금 등장하는 누드도 노래와 춤과 자연과 똑같이 서정적으로 표현되며 그 나름의 표현양식 속에서 약동하고 울부짖는다. 19세기를 배경으로 한 무리의 농부가 지주들에게 기본권을 요구하자 기마병이 출동하는 내용의 「붉은 시편」은 26개의 쇼트만으로 이루어져 있다. 각 쇼트는 카메라 패닝과 풍경과 인간 신체의 섬세한 안무다. 형식과 내용, 정치와 시를 혼합하는 얀초의 탁월한 능력은 프랑스 누벨바그의 혁신에 맞먹는다. 색채는 화려하고 음악은 며칠 동안 귓가에서 떠나지 않는다. 미국에서는 안타깝게도 잊혀진 얀초 영화의 모든 경향을 집약하고 있는 작품이며 아마 당대 헝가리 영화 중 가장 위대한 작품일 것이다. 얀초의 특성이 잘 나타나는 부분은 과거와 현재를 잇는 하나의 연속체를 만들어 낸 것인데, 그로써 다른 역사극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역사에 관한 직접성을 느끼게 해준다. 이 점을 고려하면 얀초에게 자주 가해지는 형식주의자라는 비난은 탁월한 양식적 기교와 아름다움에 도취되고자 하는 의도적인 노력이 결합된 그의 역사적·정치적 의미화 방식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한 데서 기인하는 것임을 알 수 있다.